상속세 폐지 주장하는 보수언론
기아자동차를 예로 들어 ‘주인 없는 기업’은 대부분 망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 망한 예를 들자면 ‘주인 있는 기업’이 훨씬 많다. 쌍용, 진로, 동아, 해태, 삼미 등은 철없는 2세가 세상물정 모르고 겁 없이 덤비다가 말아먹은 기업들이다.
기업의 승패는 최고 경영자가 유능한 경영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갈라진다. 못난 목수가 연장 탓하듯 기업의 운명을 상속세 탓으로 돌리지 마라.
재벌들은 자기 혼자 잘나서 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재벌키우기 정책이 재벌 태생의 비밀임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재벌키우기 정책은 특혜 금융, 수출보조금, 세제지원, 환율방어 등 국민의 세금을 재벌들에게 쏟아 부은 것을 말한다.
드라큘라가 피 빨아먹듯이 정경유착으로 수십 년간 국민의 세금을 빨아먹고는 이제 와서 자식에게 재산과 경영권을 물려주려는데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 온 가족이 고생하여 장남 하나 출세시켰더니 자기 혼자 잘 났고, 자기 혼자 잘 살겠다며 가족을 외면하는 패륜아와 뭐가 다른가. 상속세가 반윤리적인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자가 반윤리적인가.
'아무리 재벌 총수가 밉더라도 기업이 외국인에게 통째로 넘어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재벌 문제를 아무리 설득력 있게 말해도 이러한 답답함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재벌들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로 전환하고,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을 분리하여 지분을 정리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항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는 식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잠시 뒤로 접고,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재벌의 엄살에 대하여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주식을 물려주면서 상속 증여세를 내는 경우 대부분 주식으로 물납(物納)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이 약1조8천억원인데(15일 종가 기준), 이를 이재용 씨에게 물려줄 경우 약 9천억 원의 주식을 상속 증여세로 납부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상속 증여세로 납부된 주식은 국가의 소유가 된다. 따라서, 국가가 이를 어떻게 처분하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분이 영향을 받는다.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여 국가 소유의 주식을 여기에 넘기는 방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삼성전자의 직원은 약8만2천600명으로 9천억 원의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1인당 약1천1백만 원씩 돌아간다.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 5천만 원이므로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다. 만약 감당할 수 없는 직원이 있다면 대부 형식으로 지급한 후 분할로 상환 받으면 될 일이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항해서는 우호지분이다. 그러나, 투명경영 확보의 입장에서는 재벌 총수에 대항하는 지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이 흔들리고 회사가 외국인에게 넘어갈지 모른다는 재계의 엄살을 그냥 엄살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너무 여리다. 비록 엄살일지언정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윤종훈 시민사회경제연구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