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기자 |
법정관리 졸업 1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메디슨의 우리사주조합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난 7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어 "칸서스 사모펀드 측이 당초 약속을 뒤집고 경영권 장악의 야욕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비대위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만으로는 칸서스 측을 막기 어려우니 향토기업을 살리기 위해 강원도민이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칸서스 측은 "우리사주 측 일부 인사들이 경영진 구성에 불만을 품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손잡았던 사모펀드(PEF)와 우리사주조합이 경영진 구성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 한때 국내 벤처기업을 대표했던 메디슨이기에 이번 내부 갈등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메디슨은 지난 1일자로 무려 4년3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M&A) 된 것이 아닌 자구노력에 의한 자체 회생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조명을 받았다.
특히 메디슨은 외국계 펀드들에 의한 바이아웃(Buyout) 방식에 의한 회사정리 절차 종결이 아닌 국내 토종펀드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회생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칸서스측과 우리사주조합측은 서로의 공을 인정하는 모양새였던 셈이다.
그런데 채 1주일이 안 돼 등을 돌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이대운 공동대표가 어느 쪽 임원이냐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범위 부분이다.
비대위 측은 "칸서스 측이 당초 약속과 달리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칸서스 사모펀드와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종결 후 이사회를 통해 대등한 권리를 가지고 경영활동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사회 구성과 CFO 역할 두고 갈등 그러나 이사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칸서스 측은 이사회에 2명을 진출시키고, 이사회 의장도 칸서스 측의 손원길 칸서스파트너스 대표로 임명했다고 비대위 측은 주장했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 구성은 칸서스 측이 2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사주조합, 신용보증기금, 법원 선임이 각 1명씩이라는 것. 이에 대해 칸서스 측은 우리사주 측 임원 수와 칸서스 측 임원 수가 2:2로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 법원에서 임명돼 공동 법정관리인으로 활동해 온 이대운 대표의 임원선임은 우리사주조합 측 지분이라는 게 칸서스 쪽 주장이다.
칸서스 측 관계자는 "이대운 대표가 회사에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우리사주조합 측에서 자신들의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최근 이대운 대표가 기존 이승우 대표와 함께 경영을 맡아왔으므로 (이대운 대표의 이사선임은) 우리사주 측 지분으로 할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칸서스 측이 임명한 상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업무 범위가 통상적인 재경부문의 범위를 벗어나 기획/전략/인사/정보를 포괄한 전 범위로 확대되는 등 과도한 경영참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사실상의 경영권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칸서스 측은 "투자기관에서 CFO를 임명하는 것은 투자자산의 보호 차원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다 CFO의 역할도 대표이사 밑에 집행임원들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지난 2월 우리사주조합 측과 합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 의장을 칸서스 측의 사외이사인 손원길, 칸서스파트너스 대표가 맡은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비대위 측은 이 역시 칸서스 측의 경영권 침탈 야욕을 드러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칸서스 측은 업무 집행부문의 대표와 최고 의결 기구의 의장을 분리함으로써 투명경영을 위한 선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시작단계부터 경영권 분쟁이 가능한 것은 메디슨에 절대적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1~2대 주주가 모두 회사를 경영할 목적이 아니라 언젠가는 주식을 팔고 나갈 곳들이다.
현재 메디슨의 주요 주주는 △신용보증기금25.7% △칸서스22.1% △우리사주조합17.5% 이다.
신용보증기금 25%는 모두 출자 전환된 주식이므로 사실상 칸서스 측이 최대주주인 셈이다.
칸서스는 지난해 9월 펀드 결성 이후부터 메디슨의 주식을 장외에서 매입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우리사주조합과 공조를 해왔다.
하지만 칸서스도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차익을 실현하고 나가야 하는 사모펀드다.
만약 신용보증기금과 칸서스 측이 메디슨 경영에 관심이 있는 기업에 물량을 몰아주지 않는다면 우리사주조합 측이 최대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인 것. 실제 우리사주조합 측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종업원 중심 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회사 경영에서 중심적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도 사주조합의 견해에 부합하는 인사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지금까지 회생시킨 주역이 종업원들이므로 자신들이 중심이 돼 회사를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 결국 이번 칸서스 측과의 분쟁은 종업원지주회사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첫 시험관문인 셈이다.
비대위는 또, 종업원들만으로 경영권 사수가 어렵다며 메디슨 본사가 위치해 있는 강원 일대의 지역 사회, 정부, 언론, 주주 등에 관심 및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도민, 홍천 번영회, 춘천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메디슨 1계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강원지역 상공인들과 도민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춘천상공회의소(회장 전수산)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메디슨 주식 1계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홍천지역 각급 사회단체장들도 이번 운동을 본격추진 하기로 했다.
춘천상공회의소는 운동 시작 하루 만에 210계좌가 접수된데 이어 문의 전화가 폭주해 일반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30%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디슨은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이민화 회장이 지난 1985년 6명으로 설립한 의료벤처기업으로 90년 중반 이후 2000년까지 국내 벤처기업을 대표해 왔다.
1999년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2000년까지 승승장구했으나 인터넷 거품이 꺼지며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2002년 1월 부도를 내며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메디슨은 한글과컴퓨터 등 IT 벤처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관련 다각화라는 말로 벤처연방제를 표방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00년 초 메디슨과 코스닥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메디슨은 무려 30여 개의 관계사를 거느릴 정도였다.
이른바 '메디슨 연방'이라는 이민화식 새로운 기업군이었다.
그러나 2000년 2분기부터 벤처 거품이 빠지며 메디슨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00년 후반기부터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메디다스 등의 지분을 팔면서 회생을 노렸지만 코스닥 시장 침체로 자금 압박을 해소하는데 결국 실패했다.
관계사 지분매각 금액이 주가 하락으로 장부가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2002년 1월 44억 원을 막지 못하고 최종 부도처리 됐는데 당시 채무액만 3천500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무려 1천720%. 법정관리 이후 메디슨의 경영은 창업멤버 중 한 명인 이승우 씨가 법정 관리인으로 맡아왔으며 올 초부터 이대운 씨가 공동관리인 겸 대표이사를 맡으며 재기를 모색해 왔다.
3500억 원의 채무 중 2천억 원은 채권단이 출자전환했다.
부도의 원인이 됐던 다각화 했던 사업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고 초음파기기 등 의료장비 분야에 집중했다.
메디슨은 부도 이후 신제품 출시와 해외 마케팅 활동으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2005년에는 매출액 1천706억 원에 243억 원의 당기순이익이라는 실적을 거두었다.
메디슨은 법정관리 종결 직후, 올해를 2010 비전인 ‘세계 제1의 초음파 전문기업’(Global No1. Ultrasound Company) 달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메디슨은 이를 위해 △영업 면에서 글로벌 현장 밀착 경영을 위해 본부제 중심의 해외 법인 운영 △기술면에서 각 진단 영역별 제품 라인업 완성 △관리부문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을 도입하여 경영의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필수 머니투데이 기자 philsu@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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