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5명 가운데 1명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이들의 숫자가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시스템은 공적인 기능을 포기하고 고액 예금자와 자산가들을 위한 금융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제도금융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은 1997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 구조조정과 카드대란이 금융 양극화를 심화시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경제위기 당시 예금자보호법까지 바꿔가면서 고액 예금자들을 두텁게 보호했으며 이들은 극심한 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원금뿐만 아니라 높은 이자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액 예금자들에 대한 전폭적인 금융지원은 결국 금융자산을 고액 예금자 쪽으로 편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경제위기 직전 12.8%에 머물던 5억원 이상 고액 예금자 비율이 2005년에는 33%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고액 예금자들에게 금융자산을 몰아주는데 그치지 않고 카드를 통한 가수요 창출을 통해 서민들의 금융 잠재력을 심각하게 고갈시켰다.
곧이어 터진 카드대란은 금융 잠재력이 바닥난 서민들을 신용불량자로, 금융 배제자로 내몰게 된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를 단시간에 극복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결과가 현재와 같은 엄청난 금융 배제자들을 만들어 냈으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것도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를 모토로 내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도 금융 배제자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금융 양극화가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곧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참여정부 국정 운영 과정 내내, 특히 경제정책에서 시장논리를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왔다.
고금리에 의한 서민들의 피해가 자살로 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장논리를 내세우며 이자제한법 제정에 반대해 왔으니 금융 배제자에 대한 정책적 고려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배제는 단시 은행 문턱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에 대한 접근을 막음으로써 ‘가진 자들을 위한 금융 질서’를 만들어 내며 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 고착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배제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양극화 해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더구나 금융 배제의 문제는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심각한 금융 배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서 제도금융권이 서민들과 지역에 일정한 비율의 대출하도록 강제하는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의 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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