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기업협회 서울특별시협회 한상철 회장은 “범일DE라는 장애인기업이 CJ와 협상을 진행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고 한탄했다.
반면 CJ측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장애인기업이 통상 갖춰야 할 것을 무시한 채 무조건 계약을 하자고 떼를 쓴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에 따르면 ‘장애인기업’은 ▲장애인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 ▲기업에 고용된 상시근로자 수 중 장애인 비율이 100분의 30 이상인 기업 등을 말하며, 범일DE는 여기에 속한다.
‘장애인기업’ 범일DE가 처음으로 CJ와 협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경. 범일DE 측이 ‘CJ의 냉동식품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협상은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CJ 측은 ‘범일DE가 식품 관련 수출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전문가의 고용’을 간접적으로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범일DE 측은 식품 관련 전문가를 즉시 채용해 문제점을 해소했다.
그 과정에서 식품 관련 전문가에게 만만찮은 비용을 지급했다는 게 범일DE 측 관계자의 말이다.
범일DE 측 관계자는 “전문가를 고용한 후 3~4차례 정도 협상을 가졌다”면서 “CJ 측도 ‘이제 대화가 된다’면서 협상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라는 게 한탄스럽다” 하지만 CJ와의 협상은 그 이후에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는 게 범일DE 측의 지적이다.
CJ 측이 ‘해외유통경로 · 거래처 · 바이어’ 등을 낱낱이 공개할 것을 추가로 요구했고, 범일DE 측이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범일DE 측 관계자는 “우리는 오랫동안 ‘컬러스톤스(color stones · 색깔을 입힌 돌)’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탄탄한 유통경로와 거래처 등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유통경로 등을 밝히라는 요구는 ‘기업의 기밀사항을 알려달라’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기업’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통경로 · 거래처 등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대기업의 ‘횡포’이자 부당한 ‘압력’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이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장애인기업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분기를 감추지 못했다.
반면 CJ 측은 “유통경로 · 거래처 등을 협상 과정에서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면서 “만약 유통경로 등이 파악되지 않으면 해외 수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CJ는 범일DE 측과의 협상을 정상적인 절차대로 공정하게 진행했고, 검토 결과 식품 관련 수출사업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제 아무리 장애인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요구사항을 무조건 들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범일DE 측은 조만간 국가인권위원회에 ‘CJ가 장애인기업을 차별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CJ 본사 앞에서도 대대적인 항의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한국장애인기업협회 서울특별시협회 한 회장은 “장애인기업들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까지 숱한 역경을 견디면서 열심히 준비해 왔다”며 “하지만 관련 법이 제정된 후에도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고 한탄했다.
대기업 CJ와 이에 반기를 든 장애인기업 범일DE. 과연 양측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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