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동전화 서비스의 사용이 빈번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적 이동통신 사업자(이하 이통사)인 SKT와 KTF가 피해자들의 미숙만 탓하고 정작 대리점 관리에는 소홀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이통사를 사칭해 고객들에게 불법적으로 무료 이벤트를 하는 판매업체들을 적발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에 따르면 이동통신 사업자가 피해보상을 거절해 지난해(10월 말 기준) 소보원에 접수된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1204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866건에 비해 39%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이 439건(36.5%)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케이티프리텔 320건(26.6%), 기타 445(36.9%) 순이었다.
또 유형별로는 ‘부당 대금 청구로 인한 피해’가 72.9%(878건)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 8.1%(98건), ‘미성년자 계약 관련 피해’ 2.3%(27건), ‘통화품질 관련 불만’ 1.3%(15건), ‘기기 변경 시 이중 가입’ 0.4%(5건) 등이었다.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이보영(가명·28)씨는 최근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올 3월 SK텔레콤의 요금통지서 결제내역을 체크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이용요금이 추가로 청구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본사 상담원에게 문의한 결과 예전에 사용했던 번호를 해지하지 않아 그동안 사용한 이용요금이 자동적으로 부과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올 1월 중순경 A 온라인 판매 업체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떠올렸다.
“안녕하세요? 이보영 고객님이시죠? SK텔레콤에서 실시하는 무료 이벤트 행사인데요, 기존에 사용하고 계신 무선 인터넷 모뎀 기기를 속도가 더욱 빨라진 새로운 모델로 업그레이드해 드립니다.
요금도 기존보다 더 싸고 좋습니다.
” 별도의 비용도 청구되지 않고 그냥 새로운 기기를 수령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설명에 이씨는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서브 노트북을 구입하면서 외부에서도 무선으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A 온라인 판매 업체에서 SK텔레콤의 티 로그인 서비스 제품인 ‘SKT CCU-550’ 모델을 구입했다.
이 기기는 SK텔레콤이 터지는 장소에서는 어디든지 인터넷이 가능한 USB 타입의 제품으로 가입비와 기기비는 물론 이동통신번호를 통해 3만원 정도의 정액제 요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A 업체가 이씨에게 기기 업그레이드 행사 참여를 유도하면서 예전에 사용하고 있던 기기를 대리점에 가서 해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이씨는 당연히 새로운 기기의 이용요금만 부과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이통사는 두 개의 기기 이용요금을 이씨의 통장에서 계속 자동 이체한 것이다.
결국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A 업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지만 대리점에 해지신청을 안 한 것은 고객의 잘못이고 이런 경우 쌍방과실로 보인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만 들었다.
또 SK텔레콤 담당자는 A 업체가 말한 무료 이벤트 행사는 한 적이 없으며 해지 당일 전날까지의 요금을 내야 예전에 사용한 번호가 해지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이통사 소극 대응에 분통 이씨는 “업체가 나에게 두 대의 기기를 불법 판매한 것이란 생각밖에 안 들고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데 번호가 새로 개통된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통장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을 미리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이통사 무료 행사를 사칭한 사기임에도 SK텔레콤측이 A 업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피해사례는 이처럼 휴대폰 및 관련 상품을 판매하거나 이동전화 서비스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는 곳을 통해 부당대금 청구 피해를 본 경우다.
이통사의 대리점에 소속돼 있는 하부 판매점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상품판매 및 서비스 가입 유도가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국내 굴지의 이통사인 SK텔레콤과 케이티프리텔의 일부 대리점 및 그 산하 판매점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무료 이벤트 등으로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본사가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특히 피해자의 구제 및 피해 방지보다 회사 측과 대리점 입장을 더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상습적인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고 피해 접수 시 케이스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약관을 자세히 보지 않아 발생한 피해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또 “자체적으로 대리점들을 관리·감독하고 있으며 개선 의지가 없는 대리점에 대해서는 수수료 차감, 영업정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시해 달라는 요청에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가 어려워 난감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케이티프리텔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윤성진(가명·40)씨. 이동전화 서비스 이벤트 안내 이메일을 보고 호기심에 참여한 윤씨는 나중에 통신 요금에 부가서비스가 무려 5개나 가입돼 사용료가 청구된 것을 알고 매우 황당했다.
윤씨는 이통사에 항의를 했지만 고객센터 담당자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부가서비스에 자동 가입되며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는 “단순 이벤트인 줄 알았고 또한 부가서비스를 사용해 본적도 없다.
그럼에도 신청하지 않은 부가서비스료를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건 완전히 사기다”라고 억울해 했다.
케이티프리텔 관계자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소비자 피해 접수 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당 대리점에 재발 방지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이통사가 모든 것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복잡한 유통구조상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통사의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50.5%, 케이티프리텔 32.1%로 전체의 82.6%를 차지하며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2006년 10월 말 기준). 두 업체가 관리 감독하는 대리점 수는 약 2359개로 SK텔레콤이 1200개, 케이티프리텔이 1159개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통사가 보다 철저하게 대리점의 불법·편법 행위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은실 소보원 분쟁조정2국 정보통신팀장은 “유통구조상 대리점의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2차 판매점들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동전화 서비스는 대부분 가입은 쉽고 해지는 무척 어려운 법”이라며 “소비자들은 약관을 정확히 살펴봐야 하며 피해 발생 시 반드시 6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