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이후 모든 언론사의 뉴스는 관련 소식으로 온통 도배되었다.
FTA 협상 문안도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긴급 여론조사 결과도 각 사별로 다 나왔다.
언론보도만 보면 이미 우리는 축배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언제나 지적받는 우리의 ‘냄비 근성’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우리 언론이 FTA 기사로 취재 전쟁을 치르는 그 시각. 미국 언론들은 냉정하고 침착하다.
숨넘어가듯 해대는 여론조사를 찾기도 어렵고 시시콜콜한 협상 뒷이야기나 전망 기사, 평가 기사를 찾기도 어렵다.
관심이 없어서, 취재가 안 돼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면밀히 전체 협상 내용을 분석하고 차근차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속성과 미국인의 근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은 피상적인 부분에 매달려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또 협상 결과에 만족하여 축배를 들 때는 더더욱 아니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있다“는 경구도 있는 만큼 각론에 대해 꼼꼼히 살펴야 함은 물론 지금부터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조문화 작업은 어찌 보면 협상 타결만큼이나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여기서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타결 후 나흘 만에 나온 미 의회의 일성은 쇠고기 수입 없이 FTA 비준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 의회가 쇠고기 문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의회도 자동차 세제 개편 문제를 들고 나서야 한다.
자동차 세제 개편은 의회의 권한인데 이를 협상에서 요구한 것은 내정간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끈질긴 요구에 의해 FTA에서 타결된 안대로 개편하면 1천억원의 지방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 의회도 이 점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다.
우리 측은 역외가공지역 지정을 통해 특혜관세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측은 “개성공단이라는 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역외가공지역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며 “다시 말해 미국과 남한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만들어서 한반도가 역외가공지역을 만들어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 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말은 ‘아’ 다르고 ‘어 ’ 다른 것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법률적 하자를 없애고 해석상의 차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문을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의 협상만큼이나 중요하다.
정확한 평가는 조문이 완성된 후에 가능하다.
그러므로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에 입각한 평가를 하기보다는 조문화 작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우리의 입장을 조문에 최대한 담아내는 것이 국익 극대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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