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뒤로하고 주가는 새로운 레벨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이다.
다행히 글로벌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어 국내 증시의 상승 또한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수준일지 궁금하다.
최근의 지수 상승으로 코스피 P/E는 11배 수준을 넘어섰다.
역사적인 코스피 P/E 평균 12배를 고려하면 과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미지의 지수대가 주는 불안감은 크다.
불안감이 앞서면 주식투자가 어렵고, 기대가 앞서면 부담할 리스크가 크다.
현재에 집착하면 미래를 대응하기 어렵다.
코스피 P/E 10~11배 수준을 기준으로 주식시장을 쳐다보면 추가적인 상승은 어렵게 느껴진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 비교해 보면, 2006년 부진했던 코스피가 이번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상대적으로 더 멀리 펼쳐져 있는 것 같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P/E 11배와 전고점인 1470pt에 기준을 고정하면 1480pt는 부담스럽고, 그 이상은 말할 나위도 없다.
새로운 지수대에서는 그에 걸맞은 기준이 필요하다.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FTA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상당수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경쟁자 대비 차별적인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기업의 가치는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기회만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이는 주가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다.
GDP의 증가는 기업에 있어서 매출 증가와 유사한 면을 가진다.
FTA로 인한 수혜가 대부분 상장기업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코스피에 속한 기업들의 매출 증가는 GDP 증가보다 더 높을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매출액의 증가는 레버리지를 일으킴으로써 최종적인 이익의 증가는 매출 증가보다 더 큰 비율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GDP 증가 → 기업 매출 증가 →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의 증가는 GDP 증가의 ‘승수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FTA 체결로 인해 우리나라 GDP가 10년간 연평균 0.5~1.0%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GDP 증가 외에도 FTA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 상승과 선진국 진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 경우, 지금까지 코스피의 기준이었던 P/E 11배는 수정될 수 있다.
이것은 코스피가 한 단계 레벨 업 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현 장세는 이러한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본다.
과거에 FTA를 체결한 국가의 사례를 볼 때, 특별히 주가지수가 글로벌 증시 대비 우월한 성과를 보였다고 할 만한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한미 FTA의 경우 가장 포괄적인 경제 협정으로 과거의 증시 사례에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 노동력의 이동이 없을 뿐 상당 수준 시장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의 FTA 사례와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코스피의 강세에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과 더불어 FTA 체결로 인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새로운 지수대에서 흔들림이 나타날 가능성은 항상 있어 왔다.
하지만, 주식에 대한 장기적인 기대는 계속 가져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등락에 대한 대응은 2006년 말과 올해 2월 신고점 경신 당시 보여줬던 코스피의 등락에서 '학습효과'를 찾아야 할 것이다.
등락의 불안감은 심했지만, 결국은 새로운 신고점 경신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코스피가 선진증시 및 신흥증시와의 밸류에이션 갭 차이를 메워가는 과정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태강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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