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검사도 생략해준다고 하고 뼛조각이 발견돼도 종전처럼 전량 반송처분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한미FTA협상 체결로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변화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변화가 다름 아닌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미FTA협상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반국민적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한미FTA의 무역구제분야와 쇠고기분야의 협상 과정을 되짚어보면 더욱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
무역구제협상을 통한 반덤핑 규제 발동 요건 완화, 상계관세 부과의 완화는 정부의 협상 목표이자 한미FTA를 체결해야 하는 이유라고 정부는 주장했었다.
우리 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1차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반덤핑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제도의 개선 없이는 자유무역의 이익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협상 과정과 결과는 어떠했나? 미국 측은 국내법 개정사항으로서 FTA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며 논의 자체를 계속해서 회피했고 결국은 강제효과가 없는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로 끝났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검역조건과 관련해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은 이미 끝난 문제이고 FTA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압력이 강해지니까 민동석 농업협상 대표가 “기존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원칙과 입장을 고수하게 되면 여전히 (한미FTA협상)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의 식생활 안전권을 최선을 다해서, 미국의 요구대로, 조속히 넘기겠다’는 식의 약속을 해주고서야 협상을 타결했다.
그밖에 아직 본격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검역조치 간소화에 합의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또한 ‘위생검역위원회’의 설치 합의가 유전자조작식품(GMO)표시제 완화 또는 폐지의 다른 표현이라는 주장도 충분히 타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국민 식생활을 위협하는 많은 내용들이 이번 한미FTA협상 결과에 담겨져 있어 더더욱 심각하게 한미FTA협상 결과를 따질 수밖에 없다.
유전자조작식품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이유로 미국과의 FTA를 중단한 스위스 정부의 결정을 정부는 되새겨야 했다.
협상을 해서 얻겠다고 약속했던 무역구제 완화는 제대로 실랑이조차 벌여보지 못하고,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미국산 쇠고기 위생검역 조건은 미국의 끈질긴 압력에 굴복한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과 협상 대표단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식생활 안전과 관련해서 어떠한 진지한 고민도, 긍정적 협상 결과도 보여주지 못한 정부가 다른 협상에서 어느 정도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고민을 하고 협상 결과에 어느 정도의 신경을 썼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협상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회가 비준 저지를 위한 전 국민적 토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한미FTA를 선택하지 않는 방안을 당분간 대외개방정책의 원칙이자 제1과제로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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