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타결 후 한달이 지났지만, 그에겐 여전히 수석대표라는 무거운 명함이 쥐여져 있다.
시각에 따라 개방화의 일등공신이 될 수도, 국치의 주도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
오는 주말(20일), 숱한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의 전모가 만천하에 드러난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간담회에서 “협정문의 국문화 작업이 거의 마무리돼, 20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500페이지의 본문을 포함, 영문과 국문 모두 3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협정문 내용이 공개되면 한미 FTA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될 것”이라며 “100점은 아니지만,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30여년 공직생활의 명예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결과물 발표를 앞두고, 소신과 자신감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어진 연설에서 한미 FTA의 당위성과 향후 무역협정 계획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그는 “세계화의 물결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이제 경제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이전에 등장했던 민족경제 논리는 전 국가 경제를 하향 평준화하자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90년대 중반부터 통상문제에 개입해오면서, 우리나라도 (개방을 통해) 선진 통상국으로 가야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며 소신을 밝혔다.
향후 전개될 유럽연합, 중국 등과의 FTA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한미 FTA가 이들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 EU 모두 개방 정도가 비슷해, 앞으로의 협상이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농업, 문화, ISD 같은 사안들이 일률적으로 다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명품 브랜드와 관련한 지적재산권 문제나, 환경 관련 사안은 미국보다 오히려 강하게 요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한미 FTA의 핵심 논란에 대한 변론도 이어졌다.
우선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부분”이라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미진한 부분에 대한 추가적 해설을 덧붙인 부속서는 협정문의 일부로서 동등한 효력을 갖고 있다”며 “합의안 일부를 숨겨놓고 이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국익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비준이 이뤄져야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미국 측 협상안 비준이 의회 교체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 이들보다 먼저 FTA 효과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의회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공백기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는 이 기간을 활용해 양국 간 무역협정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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