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상사 밑에서 살아남기마릴린 하이트 지음,
북폴리오 펴냄, 1만2천원
아이들 책 제목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살아남기’가 어른 책에도 등장했다. 사실 ‘살아남기’란 이름은 어른용에 제격이다. 우리가 사는 것 자체가 ‘생존경쟁’ 아닌가.
직장이란 생태계의 먹이 사슬은 비정규직-신입사원-대리-팀장-임원-사장-오너로 치밀하게 짜여 있다. 그런데 직장에는 언제나 못된 상사가 있게 마련이고 오너를 빼놓고는 누구랄 것 없이 못된 상사를 모셔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운명이다.
이 책은 운명에 도전한다. 못된 상사를 특권형, 억압형, 아는 척형, 문제해결 회피형, 결과기만형, 선동형, 실무형, 폭군형, 협잡꾼형, 교주형, 좀도둑형, 시대착오형, 복합형등 13가지 타입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그들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 ‘그들 밑에서 일한다는 것’ ‘그들 밑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다. 왜 이 책이 이제 나왔지?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가장 많은,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상사를 보자. 이들은 “잘못된 일이든 말든, 일단 하고 보자구!”를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은 일을 빨리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늑장을 부린다.
그들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것. 그들 밑에서 일하면 그나마 있는 능력도 사라진다. 단기적 생존법은 그 상사에게 아무런 문제 제기도 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내면 당신도 위험해진다. 경영진이 상황을 알게 되면 패키지로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경우 장기 생존법은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인정하는 한 분야 전문가로 인식되는 것뿐이다.
지은이가 이 모든 유형의 상사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세 가지다. 다른 부서로 옮기기. 회사를 그만 두기,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도록 준비해 두기. 하지만 어디라고 못된 상사가 없겠는가.
정진욱 전문위원·북 칼럼니스트 chung88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