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그 무언가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은 가슴을 더 벅차오르게 만들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 별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07 신생 및 이색직업’에 따르면 획일적인 삶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이색직업들이 갈수록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는 약 37개의 특별한 직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착의만을 듣고 실제와 거의 쏙 빼닮은 범인의 얼굴을 그리는 ‘몽타주 제작자’와 자연의 아름다운 향기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조향사’, 모델과 연예인들의 포즈만을 전문적으로 지도해주는 ‘아트워크 매니저’ 그리고 설탕으로 꽃과 인형 등 예술작품을 만드는 ‘슈가크래프터’ 등 가지각색이다.
이윤선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색 직업들은 대부분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전문성 갖춘 이색직업 자부심 높아 온라인 취업 사이트인 ‘사람인’이 리서치 전문기관인 ‘폴에버’와 함께 직장인과 구직자 1969명을 대상으로 유망 직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전문성이 있는 직업’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신생 및 이색직업들은 새롭고 특이한 업무로 인해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막상 이러한 직업을 해보고 싶어도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교육과정 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며 특별한 전문 직업인으로서 멋진 인생을 즐기고 있는 4人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無에서 有를…안 봐도 척척 ‘마법’의 화가 몽타주 제작자 박만수(52)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국내 최초로 선정된 제1호 몽타주 전문수사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몽타주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몽타주 전문요원을 시작한 지난 1982년부터 지금까지 그의 예리하고 정확한 몽타주를 통해 총 50여건의 범죄 용의자가 검거됐다.
몽타주란 원래 ‘조립’한다는 뜻의 프랑스어. 몽타주 제작자가 하는 일은 강간, 강도, 살인 등 주요 강력사건이 발생할 시 피해자 및 목격자를 상대로 범인의 인상착의를 청취해 실제와 유사한 인물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탐문수사 자료와 신문, TV 등 언론매체의 공개수배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범인을 조기에 검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중요한 임무는 몽타주 제작자이지만 중요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건현장에서 감식업무를 맡아 병행하기도 한다.
박 경위가 경찰에 입문해 재직 중이던 1982년 당시 치안본부(현 경찰청)에서 몽타주요원 선발시험이 실시됐다.
이는 갈수록 늘고 있던 지능범죄에 과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마련된 것. 초상화 및 상업미술을 6년간 전공했던 박 경위는 몽타주요원이란 일이 다소 낯설었지만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시험에 응시했다.
당시 인기리에 방송된 MBC 드라마 ‘수사반장’의 최불암씨를 모델로 몽타주를 그렸던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경찰에 입문한 지 벌써 30여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동안 수많은 몽타주를 만들었는데, 제가 작성한 몽타주를 통해 범인을 검거할 때마다 큰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 박 경위가 몽타주 제작자라는 이색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몽타주 작성 시에는 1만1천여 개의 여러 가지 형태의 얼굴을 이루는 데이터를 이용한다.
목격자에게 미리 입력된 머리, 눈, 코, 입 등을 보여주면서 범죄 용의자의 얼굴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것. 얼굴이 완성되면 모발과 안경 등을 입혀 최종적인 몽타주를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몽타주가 척척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나 목격자가 어린이 또는 노약자인 경우는 진술의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목격사항을 면담해 몽타주를 작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 몽타주 제작자는 박 경위와 마찬가지로 경찰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때문에 공개채용이나 간부후보생, 경찰대학 등을 통해 경찰이 되어야 한다.
박 경위는 기본적으로 인물화 작성에 재능이 있거나 부단한 노력으로 충분한 실력을 갖춰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는 지인들의 얼굴을 연상해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특장점만 찾아내 유사하게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또 몽타주 사진자료가 없더라도 초상화 기법으로 작성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이 필요하죠.” 특히 마무리 작업은 수작업인 초상화 기법으로 하는 것이 입체감이 있고 완성도가 높은 몽타주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몽타주 제작자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박 경위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지 자기 일에 한 번 더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업무에 정통할 수 있고 자기 분야에서 1인자가 될 수 있다.
” 단 하나뿐인 향의 절대 매력 ‘후각’의 달인 조향사 향수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 조향사의 열정과 광기를 그린 톰 튀크베어 감독의 영화 ‘향수’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를 보면 조향사라는 직업의 묘한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서형제(44)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향료연구팀장은 영화 ‘향수’의 주인공과는 방법적으로는 조금 다르지만 새로운 향, 우리만이 갖는 독창적인 향을 찾고 만드는 일은 영화에서처럼 조향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 역시 오래된 문헌 속의 숨은 향료의 역사를 살펴보기도 하고 국내에 자생하는 향료식물, 꽃, 한방원료 등을 찾아 향기를 재현해 독창적인 향료를 만들어 응용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는 천연향료를 이용해 향에 의한 심리, 생리적인 치유 기능을 갖는 방향 요법(aromatherapy)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조향사는 향의 원료인 천연향료나 합성향료를 적절히 배합해 인간의 5감 중 하나인 후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다.
한 마디로 ‘향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들은 화장품이나 향수, 생활용품, 식품 등에 이용된다.
조향사를 세분하면 후각을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향료를 만드는 ‘Perfumer’와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향을 만드는 ‘Flavorist’로 구분한다.
서 팀장은 조향사는 단순한 화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감성적 이미지가 발달해 새로운 향을 구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음악가나 화가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하죠. 그들도 자기의 느낌을 음악과 그림으로 표현하듯 조향사도 그 느낌을 향으로 표현하는 예술가적인 감각이 매우 필요한 직업입니다.
” 조향사가 일반적인 직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후각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후각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다른 기관보다 더욱 발달해 일반인보다 훨씬 예민하다.
때문에 음식이나 생활 주변의 냄새에 민감해 조금 까다로운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는 것이 서 팀장의 설명이다.
특히 향을 매일 다루는 직업 특성상 항상 몸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에 그의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입사 후 초창기 때는 젊은 남자가 매일 매일 다른 향을 사용하고 다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밤에 일하는 사람으로 여겼던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후각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혹시라도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학에서 화학 계열을 전공했다면 좀 더 유리하다.
조향사들이 다루는 향료 원료물질들이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화학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향료의 특징을 기억하고 이를 응용하기가 수월해진다.
이와 함께 시대의 유행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고객들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의 향을 구상하고 이를 구현해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도전해볼만 하다.
평소에 자연 속의 꽃이나 식물들의 향을 자주 접하면서 계절적 영향이나 시간 등에 구애를 받지 않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향을 만들기 위해 조향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서 팀장. 앞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세계인의 향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얼짱 각도 확실…찍히면 완벽 美 ‘포즈’도 과학 아트워크 매니저 모델의 사진 또는 모바일 화보 촬영 시 개인의 체형에 따라 가장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포즈를 전문적으로 연출해주는 박서희(27) 아트워크 매니저. 사진화보 촬영 시 자신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모델들의 상품적(?) 가치를 원래대로 만들어주거나 더욱 빛내주는 불빛 같은 존재다.
박 매니저가 국내 최초 유일무이의 아트워크 매니저라는 이색적인 일을 하게 된 것은 3년 전 우연히 한 스튜디오에서 모델들의 화보 촬영을 도와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진작가의 부탁으로 화보집 촬영을 하고 있는 모델들이 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출될 수 있도록 포즈를 알려줬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것. 입소문을 타고 그에게 포즈 연출을 요청하는 모델들이 많아지면서 현재는 사진작가와 함께 촬영 전반을 함께 의논하고 사진까지 초이스 하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저 또한 2001년 슈퍼모델 출신으로 오랫동안 모델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엔 모델로서 최고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스스로 그 길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델로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았죠. 평소에 포즈가 잘 받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장점을 잘 활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트워크 매니저가 하는 일은 화보 촬영 시 모델의 내·외적인 특징을 파악해 신체적인 장점은 최대한 돋보이게 하고 단점은 최대한 감추는 다양한 포즈를 만드는 일이다.
또 보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포즈를 직접 설명하고 지도함으로써 모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전체적인 촬영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도 수행한다.
아트워크 매니저는 모델, 탤런트 등이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을 할 경우 사진작가와 함께 프로젝트 별로 계약을 맺는다.
“월 1~2건 정도 작업을 진행하는데 다른 직업에 비교하면 투자한 체력과 시간으로 볼 때 수입이 꽤 많은 편이죠. 하지만 직업 자체가 생소한 탓에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 않아 아트워크 매니저 일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저도 5년 전부터 꾸준히 해온 요가 강사를 투잡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 아트워크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사진작가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또 모델이 가지고 있는 체형의 장단점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아트워크 매니저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은 아직 없는 상황. 때문에 무엇보다 현장경험이 중요하며 좋은 포즈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모 화장품 회사에서 진행한 미인 선발대회에 초청돼 아트워크 매니저를 맡았던 박 매니저는 앞으로 수요가 점차 많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모델과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모바일 화보 서비스가 크게 늘고 있죠. 포즈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아트워크 매니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입니다.
” 꽃이야 가루야…설탕의 재발견 ‘달콤’한 예술 슈가크래프트 아티스트 꽃을 먹었는데 설탕처럼 달콤했다고? 사실은 꽃이 아니라 설탕이었다고? 거짓말이겠지. 그가 만든 작품들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꽃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사실은 진짜 생화라고 믿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설탕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한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최정윤(35) 슈가크래프 아티스트. 이름도 생소한 슈가크래프트 아티스트가 하는 일은 설탕으로 각종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분말설탕과 젤라틴, 물엿을 주재료로 해 각종 식재료를 섞은 반죽으로 꽃, 인형 등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내는 순수공예다.
물론 먹을 수 있으며 설탕의 천연방부제 역할로 영구 보존도 가능하다.
슈가크래프 아티스트는 크게 슈가 플라워를 만들고 정리를 주로 하는 슈가 플로리스트, 아이들 캐릭터 케이크를 주로 만드는 노벨티 케이크 디자이너, 기념일이나 화려한 웨딩케이크를 주로 만드는 웨딩 케이크 디자이너, 그리고 설탕을 이용한 각종 소품(캔디상자, 케이크 위의 장식품) 등을 주로 만드는 모델링 전문가 등이 있다.
이처럼 같은 크래프트 아티스트라 하더라도 각자의 개성과 실력에 따라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분야가 다르다.
슈가크래프트는 영국이 원조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에 위치한 고급주택가에 슈가크래프트 살롱들이 들어설 정도로 상류층의 고급 취미 문화로 정착된 것이기도 하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마치고 지난 2000년 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최씨의 원래 목표는 파트플래너. 취미로 슈가크래프트를 하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슈가크래프트를 제과·제빵 분야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까웠죠.” 국내 최초로 지난해 4월경 슈가크래프트 전시회를 연 최씨.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전시회에 선보인 꽃과 인형 등이 모두 설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년 새 수요도 급격히 늘어 결혼식 웨딩케이크 및 자녀 돌 케이크를 슈가크래프트로 색다르게 만들고 싶어 하는 주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 직접 강의를 듣겠다는 수강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슈가크래프트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대형으로 운영되는 학교나 공공 교육 기관은 없다.
“진로의 목적에 따라 교육 기간과 난이도가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의 기본 교육을 마치면 주문 케이크 정도는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스킬을 터득하게 된다.
” 최씨의 설명이다.
슈가크래프트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최씨는 앞으로 2~3년 후에는 슈가크래프트 시장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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