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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위험한 노사관 '노 · 정 갈등' 우려
[진단]위험한 노사관 '노 · 정 갈등' 우려
  • 김영욱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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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표방, 노동자에 양보 요구 … 법과 원칙 주장하지만 출발부터 '삐걱' “파업하지 말라… 노사가 힘을 합쳐야 산다.
” 친(親)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차기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 키워드다.
경제가 살려면 기업이 잘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파업하지 말고 노사가 화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은 최근 들어 이 같은 ‘노사화합’의 필요성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29일 5년째 무파업을 하고 있는 GM대우 방문을 언급하며 “어려운 가운데 노사가 화합하고 모두가 하면 할 수 있는, 긍정적 사고로 하면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고 긍정적 힘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이 당선인은 “힘들다, 안 된다 해서 목표를 하향조정하면 절대 뜻을 이룰 수 없다”며 “국민 모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면 가능하다”고 사고의 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당선인의 지난달 29일 GM대우 부평공장 ‘깜작 방문’은 정책간담회 파기를 시작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배제 전략에 분명한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회사가 잘 되니까 해고자도 복직하고 추가로 고용도 하는 것 아니냐”며 “5년째 파업을 안 했으니 앞으로도 (파업을)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GM이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할 때 ‘부평공장은 조건부로 떠안겠다’고 할 정도로 강성 노동운동의 메카였던 곳이다.
하지만 손을 맞잡은 노사는 5년째 무파업을 이어갔고, 정리 해고된 1700여명의 근로자들도 복직됐다.
이 당선인이 민주노총을 바람맞히고 GM대우를 찾은 이유다.
이 회사의 ‘협조적 노사관계’를 부각시켜 차기 정부의 노사정책의 ‘모범답안’으로 활용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노동보다 기업이 우선 ‘불협화음’ 예고 이 당선인의 노사 화합과 기업 중심 사고를 보여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11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신년 인사회에서 “100만 명이 넘는 태안 자원봉사자를 보면서 어느 기업체,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체의 노동자들이 저렇게 자원봉사 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10% 성장하는 게 뭐 어렵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당선인은 지난달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을 이루어 낸다면 그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갈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당선인은 지난달 1일 신년사에선 “대한민국 선진화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노동자도 법과 질서를 지키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떼법’이니 ‘정서법’이니 하는 말은 우리사전에서 지워버리자”고 밝혔다.
이 당선인의 노사관은 서울시장 재임시절에서도 확인된다.
이 당선인은 지난 2003년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소방관을 대체투입하며 “지하철 기관사가 얼마나 쉬운 자리인지 드러날까 봐 파업도 못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때에는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은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당선인이 이같이 화합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노동보다는 기업이 우선이며, 노동조합은 기업 활동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특히 파업 등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들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차기 정부에서 노·정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이 화합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노동보다는 기업이 우선이며 노조는 기업활동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한겨레 김경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노사 정책은 거시적으로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규정하고 ▲지역별 노·사·민·정위원회 구성 ▲법과 원칙의 엄격하고 공정한 적용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의 지속적 추진 ▲노사평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펼칠 계획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개별 기업의 노사갈등에 대해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지키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이 당선인의 노사원칙을 ‘위험한 노사관’으로 규정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가 미국식 양보 교섭과 영국식 신자유주의 노동배제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노동계와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은 개발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유인태 최고위원은 “다시 최루탄 냄새를 맡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기정부 VS 민주노총, ‘일촉즉발’ 긴장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이랜드 투쟁’ 등을 재개하며 또 다시 거리로 몰려나와 이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 차기정부와 민주노총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 기존 노무현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를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노·사·민·정위원회’로 개편해 갈등 일로였던 노사관계를 개선하려던 이명박 당선인의 구상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우선 공식초청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BBK특검과 관련해서 이 당선인의 소환조사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당선인이 ‘법과 원칙 준수’를 요구하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무기한 연기하는 대신 노사관계 모범기업인 GM대우를 방문한 데 대한 반발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법과 원칙 준수'를 요구하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무기연기하는 대신 GM대우를 방문함으로써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ECONOMY21 사진
민주노총은 이번 간담회 파기를 ‘80만 노동자를 배제한 채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 취소는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우리에게 허용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 위원장은 “나라를 살리겠다면 대통령이 민주노총도 감싸고 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배제한다면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총파업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하락의 책임은 당선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노사 모두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민주노총 간담회 파기 논란과 관련,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들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당선인의 인식”이라며 “노동은 대립이나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해명했다.
이 당선인은 애초부터 투쟁 일변도의 민주노총과 온건한 성향을 보이며 대선부터 이 당선인의 지지를 천명해 왔던 한국노총을 다르게 대해 왔다는 데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간담회 파기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이 당선인이 함께 가기 부담스러운 민주노총 대신 상대적으로 대화가 용이한 한국노총을 파트너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고립된 민주노총의 투쟁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새 정부의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민주노총에 대한 선긋기가 결국 이 당선인의 노·사·민·정위원회 구상에도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노동사회학)는 “애초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단체라고 해서 대화 채널마저 단절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민주노총을 배제한 노·사·민·정위원회가 노사관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부터 홈에버·뉴코아·킴스클럽 등 비정규직 문제를 대표하는 62개 이랜드 산하 매장에 많게는 100~200명을 배치해 집중투쟁에 나서는 등 차기 이명박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일변도가 참여정부 때와 달리 스스로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노조 주도의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이미 등을 돌린 데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후폭풍 등으로 국내외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국민 여론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욱 자유기고가 brod77@empal.com

이명박 정부, 비정규직 문제 인식도

“나중에 얘기하자” 무관심 일관
비정규직보호법 후속대책도 당선이후 수면 아래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우리 사회 최대 갈등요인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이 민주노총에 바람을 놓고서 노사관계의 ‘모범 답안’이라며 달려간 GM대우만하더라도 이 회사의 하청업체로부터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3일부터 보름동안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GM대우 비정규직 해고자 일부는 지난달 29일 이 당선인의 방문 소식을 듣고 부평공장 부근에서 해고자 복직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이에 대해 이 당선인은 침묵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3일 ‘노동자 없는 기업은 없다’며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작 공공부문 민영화나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계의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또 이랜드그룹과 KTX 승무원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안에 대해서도 해결의 출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보호법 후속대책도 대선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논의되다가 정작 대선이 끝나자 수면으로 가라앉은 지 오래다.
한 노동전문가는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양극화로 빚어지고 있는 사회 갈등에 대한 조정기능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비정규직이 860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얻는 이윤을 정규직 노사가 나눠 갖고 있는 게 지금의 모양새”라면서 “이 당선인은 노사의 핵심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 지에 대한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노동계는 지금까지 주장했던 대로 비정규직의 철폐 등 비현실적인 요구를 한다면 마찰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 부회장은 최근 ‘2008년 노사관계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노동계의 대정부와 비정규직 투쟁 등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이 우려 된다”며 “올해 향후 5년의 노사관계가 가늠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부터 지난 3일까지 이랜드 전국 매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여 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권리보장투쟁의 연장선”이라며 이 당선인과 인수위에 대한 대립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 당선인은 대선 때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로 불합리한 차별 해소 ▲중소기업 정규직 인건비 증가액 5% 세액공제 ▲향후 5년 내 30% 직업교육 훈련확대 등을 공약한바 있다.
인수위도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법제화로 해결하고자 했는데 문제 해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만 더 확대시켰다”며 “비정규직 법은 비정규직 보호와 숫자 감소를 위한 실질적 효과는 매우 적고 노사간 사회적 갈등만 조장했다”고 비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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