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재로 7%성장 암울
10대 공약 중 서민 대책 국정 핵심과제서 사라져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인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공약들이 시동을 걸기 전에 비틀거리고 있다.
특히 ‘MB노믹스’로 대표되는, 10년간 7%씩 성장해 2017년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에 진입한다는 이른바 '747 경제공약' 달성은 처음부터 난관에 빠질 것이라는 진단이 국내외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이명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747 공약의 발목을 잡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미국 경기침체 때문에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유가와 물가 폭등, 주가폭락 등 경제 주체의 불안심리도 한 몫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내놓은 한국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5% 선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투자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5% 성장을 낙관했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고유가, 인플레이션에 따라 미국과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경제 성장률을 내려 잡고 있다.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JP모건, 리만브라더스, 모건스탠리, UBS, 도이치뱅크,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올 들어 내놓은 보고서에서 밝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7%다.
이는 지난해 8월의 5.0%보다 0.3% 포인트 낮은 수치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운영하는 경제 예측 전문회사 무디스 이코노미닷컴도 지난 12일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4.1%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4.9%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한국은행(4.7%)과 재정경제부(4.8%) 올해 예상치에도 못 미친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 미국 경제 상황을 꼽았다.
미국 대신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도 중국을 통한 미국 수요 둔화의 영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중국이 완충장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경제 성장 둔화로 새 정부가 747 공약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불도저란 별명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지만 올해 예상되는 한국 경제 난기류를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 환경 행운 따라
보고서는 또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 축소 개편, 세금감면, 규제 완화 등 일련의 개혁과 대운하 건설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지만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한 전임자의 사례에 비춰볼 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들어 주가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로 사나흘이 멀다하고 급락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말에 비해 20% 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도 100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 "온갖 글로벌 경제 악재(惡材)들이 이명박 정부를 둘러싸고 숨도 못 쉬게 할 작정인 것 같다"면서 "이런 형편이다 보니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747 공약이란 말이 쏙 들어 간지 오래"라고 푸념했다.
예기치 못한 세계경제의 파장을 감안, 첫해는 6% 정도로 목표치를 낮춰 잡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게 인수위 경제분과위 관계자들의 해명이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그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간기업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기대는 높지만 세계경제의 악재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이명박 당선인이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는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새 정부는 경제 뉴스와 관련 우울한 소식들과 함께 취임식을 치러야할 처지"라면서 "당분간 한국경제에는 유가 상승, 서브프라임 폭풍, 세계적 경기침체, 물가상승 등 우호적이지 않는 여건들이 가득한데다 호전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수위 주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경제 환경에서 행운이 따랐는데, 이명박 정부는 참 운도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5년간 잘 불던 순풍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춘 듯이 역풍으로 바뀌는 셈이니 운이 없다는 게 틀린 말도 아니라는 얘기다.
임기 내내 글로벌 경제 호황의 덕을 톡톡히 봤던 참여정부와 정반대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영욱 객원기자 brod7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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