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을 장식하던 KT&G의 기업광고 대신 흡연에티켓 캠페인이 주인으로 들어선 것이다.
캠페인의 주인공은 ‘말보로’로 잘 알려진 한국필립모리스(주)(대표이사 : 로만 밀리친)다.
김병철 한국필립모리스 상무는 캠페인과 관련 “필립모리스가 진출한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이런 종류의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엔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다” 현재 필립모리스는 어린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저개발국 담배잎 농가의 경우 어린이들을 노동현장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학교로 보낼 경우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극빈자를 위해 설립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의 철학이 연상되는데 실제 그와 유사한 방식의 대출시스템을 운용해 생산 인프라 확충을 통한 농가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리더십을 지닌 글로벌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경영전략화해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정체성이 투영된 캠페인의 경우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진행되는 캠페인을 본사로부터 승인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 상무는 “승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캠페인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확히 전달하고 설득해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이 보편화됐고 대한민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과 관련 ‘할 것은 하자’는 게 김 상무가 지닌 고민의 출발이었다.
다른 회사에서는 하지 않지만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 특히 법을 통한 흡연규제도 중요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자제한다거나 차창밖으로 꽁초를 버리지 않는 행동 등 흡연자 스스로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인천공항 흡연실에 흡연에티켓 캠페인은 이러한 배경으로 시작됐다.
‘배려’, ‘센스’, ‘권리’, ‘어른’의 4가지 단어를 흡연에티켓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해는 ‘Q&A로 풀어 보는 흡연 에티켓’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상무는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하는 흡연에티켓 캠페인은 대학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에는 대학생을 대항으로 올바른 흡연문화 정착을 위한 공익광고 공모전을 개최했고 ‘흡연에티켓 서포터즈’ 발대식을 가졌다.
지식인의 이미지와 대중성을 겸비한 개그맨 서경석, 이윤석을 섭외 해 캠퍼스생활에 필요한 에티켓에 대한 설명회를 후원사 노출 없이 개최하기도 했다.
담배제품 위한 EURO4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흡연의 유해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흡연의 폐해를 담은 사진을 담배갑에 삽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 상무는 이와 관련 담배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실질적인 규제의지가 있다면 현재 40가지로 알려진 발암성 물질을 단계적으로 없애, 결국 발암성 물질이 전혀 없는 제품만 유통시킬 수 있는 방안을 현행 규제와 동반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환경규제인 EURO4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노력할 수밖에 없듯, 흡연 자체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제품에 대한 규제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품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서라도 기업에 동기유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규제가 마련된다면 국내 기업과 기술을 공유(share)할 준비도 돼있다”고 밝혔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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