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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상속세 폐지 국민적 동의 어렵다
[이슈]상속세 폐지 국민적 동의 어렵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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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투명경영 동반돼야…경영권과 재산권 분리 인식 필요 또 다시 상속세 논란이 불거졌다.
재계가 가업승계기업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상속세 폐지를 정부에 건의해 찬반논란이 급부상한 것.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4일 ‘전국상의 회장단 간담회’에서 “기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받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야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며 “상속세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인 만큼 이를 상속재산 처분 시점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영권과 재산권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재벌기업의 인식 수준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영권은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일 뿐 총수 일가가 사적으로 물려받는 재산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혹한 세제가 편법을 부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2년 전 글로비스 사태로 인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구속됐던 당시에도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인하가 이슈로 부상했었다는 점이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문제로 인한 특검으로 시끄러운 요즘 상황과 묘하게 닮았다.
경영권승계를 위한 탈법적 행위, 비자금, 로비의혹 등 2년 전 비판의 대상이었던 재벌경영의 폐습이 재차 불거져 특검까지 운용되고 있는 와중에 상속세 폐지 주장이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2년 전 각종 경제매체를 달궜던 논리와 변한 것은 없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 중 한명이 공식적으로 정부에 상속세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요지는 이렇다.
현행법상 최대주주 상속 주식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 최대 65%까지 할증과세토록 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지분이 줄어드는 만큼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금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쓰는 꼴이므로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논리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자의 도전의식이 저하되므로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선진국도 대부분 상속세를 폐지, 완화하고 있으며 과세 방법 역시 ‘취득과세형’ 등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상속세 폐지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하다.
때문에 이러한 재계의 주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평소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친기업적인 견해를 펴던 한 법학자마저도 “과거 현대차와 최근 삼성문제와 연관된 상속세 논의에 대해서 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경영권승계와 밀접한 상속세 문제를 최근 사안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이었다.
윤리경영학회 소속의 한 교수는 “상속세가 너무 많아 법을 어겼으니 이를 막기위해서라도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해달라는 주장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서법이나 떼법으로 몰아세워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세제개편을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도 그리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가뜩이나 ‘강부자 정권’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재벌 편들기’로 해석될 상속세 폐지 요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94~95년 재무부 세제실장 시절 50%였던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40%로 낮췄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재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30억원인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15년인 최소 사업영위기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과 판박이, 혹은 업그레이드 과거 일부 국내 대기업은 총수 2세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를 지원하거나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싼값에 배정받도록 해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룹 총수가 구속된 2년 전 글로비스 사태도 이에 해당됐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고 규모도 크다.
그동안 삼성 특검팀은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12명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16.2%가 차명주식이라는 점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 개입했다는 점 △차명(주식)계좌로 관리해온 자금 중 일부가 미술품 구입 등에 사용된 점 등을 확인했다.
특검이 확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가히 비리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삼성은 700여개의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6조원이 이병철 선대 회장로부터 받은 재산이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특검이 차명임을 확인한 전·현직 임원 명의의 삼성생명 지분 16.2%가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 재산이라면 과연 이 회장은 상속세를 얼마나 내야할까?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이에 대해 “만약 삼성측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1988년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 237억원에 대해 150억원의 상속세를 내면서 ‘재산 추적팀을 가동해 국내는 물론 일본 재산까지 모두 찾아 신고했다’고 한 당시 삼성 측의 설명은 사기극”이라고 꼬집었다.
발렌베리는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부러워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은 150년 동안 6대째 ‘세습경영’을 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절대적 존경을 받고 있다.
스웨덴은 10∼30%에 이르던 상속세를 완전 폐지했다.
대신 소득세의 경우 7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 상속세,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의 예를 들며 “스웨덴처럼 소득세를 최고 70%로 적용하는 대신 상속세를 폐지하자고, 그리고 발렌베리처럼 기업의 이윤의 대부분을 재단에 귀속시켜 사회공헌에 집행하라고 한다고 말한다면 국내기업 경영자나 국민들 중 찬성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 상상이나 해봤느냐”고 꼬집었다.
국가대표급 기업들마저 각종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기업환경이 전혀 다름에도 재계에서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같은 사안,다른 시각

경영권 승계 관련 조세 당연한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증여세나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지고 결국 기업 경쟁력이 둔화된다는 것은 일반화할 수 있는 명제일까? 이는 경영자와 기업의 마인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2007년 매출 1837억을 올린 전자소재 전문기업 SSCP는 지난해 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액이 결정됨에 따라 물납할 것을 결정했다.
697억원에 이른다.
조금 넘었으니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회사측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최근 정부가 기업인들의 경영권 승계와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기위해 상속세 완화 움직임을 검토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 납부는 자연스런 업무의 일환”이라 밝혔다.
물론 물납으로 인해 낮아진 지분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직접 매수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은 기업이 존속하는 한 가장 중요하게 실천해야 하는 경영방침이기 때문에 ‘증여세 납부는 경영인으로써 당연한 의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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