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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민생활 안정 “이미 물 건너 갔다”
[진단]서민생활 안정 “이미 물 건너 갔다”
  • 한상오 기자
  • 승인 200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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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규제완화 정책 서민과는 무관…검증 없는 대외개방이 문제 양산 이명박 정부가 출발 100일을 맞았다.
하지만 100일은 맞은 정부는 잔치를 벌일 만한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이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어 온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해달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된 ‘경제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폭적인 감세와 기업규제완화가 과연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것 인지, 한반도 대운하로 대표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것 인지, 한미 FTA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대외개방정책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지에 대해 의문이 표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일명 ‘MB 노믹스’는 딱히 성적표라고 말하기 조자 부끄러운 모습이다.
어쩌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제 상황들 자체가 'MB 노믹스'의 본질일 지도 모른다.
천문학적 숫자의 상속세 포탈을 자행한 삼성그룹의 불법·편법 증여에 면죄부를 주고,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마저도 미국에 내줘 버린 것이 100일 동안 MB 노믹스다.
100일만에 변색된 ‘우울한 MB 노믹스’ 지난달 26일 경실련 강당에서는 이명박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은 그 첫 번째 주제로 ‘MB 노믹스와 성장정책’이 주제였다.
이 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울한 MB노믹스와 한국사회의 선택’이라는 발표문에서 “MB노믹스 하에서 서민생활의 안정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제 남은 것은 ‘경제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창출’뿐인데 과연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가? 지금의 규제완화정책, 즉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금산분리규제 등의 철폐는 투자할 ‘곳’을 확대시켜 주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영권이 안정되어야만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내부지분율이 이미 35%에나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설상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그 내용은 신규설비투자가 아니라 단지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기업사간 출자에 불과하며 법과 원칙의 확립에 의한 경제 활성화론도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재벌기업 편향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 이길래 김 교수는 ‘우울한 MB노믹스’라고 정의한 것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김 교수의 주제발표를 알기 쉽게 간추려 본다.
‘MB노믹스’를 정리한다면 크게 ‘감세 및 재벌관련규제완화’,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 ‘경제 살리기를 통한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복지의 구현’, ‘작은 정부의 구현(정부조직개편 및 민영화 등) 및 강력한 공권력에 의한 엄정한 법집행’으로 요약 가능하다.
여기서 ‘경제 살리기’의 중요한 정책수단은 재벌기업관련 규제완화와 감세라는 무기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한다고? 우선 MB정부는 감세 효과로 국내투자, 고용 증가의 효과를 주장하지만 정확한 계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감세의 소비증대 효과도 대다수 서민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실례로 상속세를 들 수 있다.
상속세의 경우 기초공제, 배우자 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가 많아 10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세율 30%와 관계없이 세금이 전혀 붙지 않으며, 양도소득세도 현행법상 6억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에게는 비과세 혜택이 돌아간다.
소득세의 경우는 국민의 절반이 과세미달로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MB정부가 주장하는 세금 감면 효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외국의 사례에 있어서도 감세가 새로운 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는 보장은 없었다.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정권에서의 감세정책이 적어도 미국의 사례에 있어서는 1980년대 중후반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확인했다.
재벌규제가 투자부진을 낳았다는 억지 둘째, 재벌규제 완화와 관련하여 우선 재벌에 대한 규제가 투자부진의 원인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의 GDP대비 비중추이를 보면 경상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1999~2005년의 설비투자비중(10.3%)은 1991~97년(13.4%)은 물론 1971~79년(11.9%) 및 1981~90년(13.1%)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이 ‘비정상’이 아니라 1991~97년간의 37%가 ‘비정상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오히려 한국경제의 ‘대마불사’의 신화가 사라짐으로서 투자가 더욱 건전화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마불사의 종식’이란 경제위기 당시 수많은 대기업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기업들이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투하자본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에서 투하자본조달에 소요된 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Added)를 봐도 이와 같은 투자행태의 변화는 실감할 수 있다.
증권거래소가 금융업, 상장폐지·관리종목, 워크아웃종목, 자본잠식기업 등을 제외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7년에는 EVA가 0을 초과한 기업이 전체의 20.0%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45.8%로 개선되어 증권거래소가 EVA를 산출하기 시작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9년까지는 평균적으로 가치를 파괴하는 경영을 해왔으나, ‘대마불사’의 신화가 종식된 이후에는 투자의 수익성과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합리적인 투자행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국민계정상의 설비투자 부진은 재벌 이외의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3년 이후 재벌로 대표되는 상장기업의 설비투자는 급등하고 있는 반면, 비상장기업의 설비투자는 급락하는 추세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 게 그 근거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재벌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가능성 또한 무척 적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 중소·영세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서 많은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2004년 8월 현재 816만 명으로서 전체 임금노동자의 55.9%에 달하고 있는데,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 월 임금총액은 51.9%, 시간당 임금은 53.0%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로 인해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개발전략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시켜 갈 것이라는 일종의 ‘선험’적 판단은 한국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검증 없는 대외개방주의 ‘문제 양산’ 셋째, MB노믹스의 또 다른 문제는 검증 없는 대외개방주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미FTA와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정치일정에 맞추어 밀어 붙이려고 하고 있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FTA 자체는 협정문 그 자체로 본다면 양면을 가지고 있는데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묘약’으로도, 혹은 ‘선진화’에 따라갈 수도 없어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공공성’의 영역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도 있는 ‘독약’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횡횡하고 있는 ‘정책검증의 무신경구조’와 단순한 ‘시장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이 한미FTA와 연계되었을 때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파괴력이라고 할 수 있다.
1,300여 쪽(영문)에 달하는 협정문 속에는 사방이 지뢰밭이다.
각각의 요소가 한국의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및 대응작업도 없이, 그냥 “미국의회의 비준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 혹은 “한국경제 선진화에 계기”라는 상황적 논리, 추상적 논리로 한미FTA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바로 한국사회의 ‘정책검증의 무신경구조’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참여정부에서도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통되는 성격이다.
서민생활 안정은 ‘물 건너 갔다’ 넷째, MB노믹스가 서민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미FTA를 전제로 한다면, 앞으로 벌어지는 민영화, 그리고 ‘자주적’인 시장개방에는 더욱 더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러나 MB정권은 제대로 된 검증과 준비도 없이 비준을 성사시키려 하며, 서민생활의 안정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민영화 프로그램, 의료보험시스템의 개혁 등 한미FTA 협정문상 후퇴가 불가능한 정책을 펴려 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고용조건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된다면 서민생활은 악화방향으로 나아 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책의 비민주성도 ‘MB 노믹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감세에 따른 복지재정 축소, 의료보험당연지정제의 폐지, 재벌규제완화의 각종 논란 속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은 생략되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도 열리지 않으며, 반대진영을 설득하고 있다는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국민-시민단체-의회-정부로 이어지는 의견수렴의 통로에 무언가 심대한 기능장애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자신의 정책을 주장할 권리와 함께 반대진영을 설득할 의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것이 민주사회의 리더십이며 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의무.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을 통해서만 정책이 초래하는 경제사회적 갈등비용을 최소화시키며, 또한 스스로의 정책도 더욱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이 정부는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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