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두 번째 만남. 딱히 인터뷰라고 하는 거추장스러운 자리는 아니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서초아트홀의 ‘정오음악회’에서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사를 겸한 음악회 자리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활 교수의 멋진 연주가 돋보인 그 무대의 사회를 보던 손 대표의 첫 인상은 조금 묘했다.
코믹한 표정에 눈에 띄는 옷차림, 일반인들은 소화하기 힘든 나비넥타이까지…. 그의 범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외모였다.
그가 개그맨이자 방송PD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차림새였다.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공연예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요. 좁은 공간이지만 점심도 먹고 문화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목요 음악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일매일 여러 장르의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그가 서초아트홀을 맡은 것은 특별한 인연에 의한 것이었다.
원래 그 자리는 교회에서 사용하던 장소. 그의 재능을 믿는 관계자가 서초아트홀을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준 공간이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많은데 막상 연주하고 공연할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 착안했지요. 와서 음악도 배우고 연주도 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 생각입니다.
당연히 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도 있어야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문화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그는 “관공서나 병원 같이 딱딱한 공간에서 음악회를 연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오랜 시간 투병을 하는 환자들에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진료나 민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무료함도 달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면서 “앞으로 그런 쪽으로 사업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명함에는 대표라는 단어가 없다.
대신 ‘대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냥 CEO의 성향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만들고 즐기는 게 좋다고 했다.
그가 대장으로 있는 지오커뮤니케이션은 이런 문화공연만 추진하는 곳은 아니다.
그의 전직과도 관련 있는 광고 프로모션도 하고 일본에 감자탕을 수출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올해 새로 시작한 ‘서초 아트홀’은 그의 또 다른 꿈이 담겨 있다.
“전국에 서초아트홀 같은 공간을 점차 늘려갈 것입니다.
지금은 하나의 표본일 뿐입니다.
최근 제주의 한 병원에서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직접 와서 식사를 하면서 눈여겨 본 의사가 직접 제안을 한 거예요. 이런 식으로 직접 와서 보고, 또는 입소문을 통해 하나하나 전차하듯 늘려갈 것입니다.
” 그의 문화사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천 루미나리에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때의 손실로 5개 회사를 처분하고도 28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기도 했지만 그런 지난날의 아픔이 지금은 큰 거름이 되었다고 했다.
그가 꿈꿔온 유럽풍 토털 공연장이 전국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날이 조만간 이뤄질 것 같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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