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핵심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나홀로 창업’해서는 뒷심이 약하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아야 할 때다.
”
한국 과학기술의 심장 대덕연구단지에 ‘바이오 벤처 네트워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견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의 벤처집적시설 공동입주, 전문연구기관의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팅 등 관련 업체 및 공공기관 사이의 손잡기가 활발하다.
지난해 실험실 창업 및 연구원·교수 겸직창업이 허용된 뒤 대덕에는 ‘생명공학 과학자 창업 열풍’이 불어 15개 가량이던 바이오 벤처기업 수가 6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 네트워크화 움직임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몸짓이다.
생명공학연구소가 움직인다 지난 2일 생명공학연구소에 생명공학 벤처기업 전문 창업보육센터인 바이오벤처센터(BVC)가 문을 열었다.
현재 백텍, 이룸바이오텍, 바이오리더스 등 26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연구소쪽은 연말까지 100여개 업체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바이오벤처센터는 입주기업들에게 생명공학연구소의 연구성과와 고급인력·장비 등을 제공하고, 공동연구개발 등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명공학연구소의 인큐베이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오 벤처는 기초과학기반을 튼튼하게 갖추고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센터 조성복 실장은 “IT산업이 아이디어와 콘텐츠 싸움이라면, BT(Bio-Tech, 생명공학)산업은 철저히 연구개발 능력의 싸움”이라며 “생명공학연구소에 수십년간 축적된 연구 노하우가 막 태어난 벤처기업에게는 기름진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보육단계를 벗어난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함께살이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바이오넷은 지난달 한효과학기술원을 180억원에 인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효과학기술원은 지난 96년 한일합섬이 450억원을 들여 세운 대표적인 국내 생명공학연구소 가운데 하나였다.
인바이오넷은 여기에 ‘대덕 바이오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노텍, 펩트론, 엔비텍 등 10여개 바이오 벤처기업들을 입주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창업한 지 2~5년된 중견 벤처기업들로, 기술교류를 상설화해 공동연구 및 사업화 등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대덕단지의 바이오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전시는 3500평 규모의 대덕바이오커뮤니티 근처에 바이오벤처타운을 조성해 실험실 단계 이후의 벤처기업들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동부그룹의 생물농업관련 연구소인 동부기술원에서도 바이오 벤처 집적시설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업체와의 끈 찾기가 더 중요 그러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지역 네트워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사장은 “지역 네트워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굴지 제약업체와의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강조한다.
생명공학의 전방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약개발 제약업체가 국내에 없다시피한 척박한 상황에서, 바이오 벤처의 수요자는 결국 다국적 제약업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반도체장비 벤처기업들이 항상 ‘우량주’로 꼽히는 것은 그 뒤에 세계 반도체시장의 거목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런 논리에 설득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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