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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터넷이 종교를 경영할 것인가
[커버스토리] 인터넷이 종교를 경영할 것인가
  • 임채훈
  • 승인 2001.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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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 중심에서 교계권력 견제로까지 각 종교마다 입장 조금씩 달라
경북 문경의 한 선원에서 얼마 전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가면서 노트북을 갖고 가겠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스님들 사이에선 논쟁이 붙었다.
화두를 부여잡고 정진해야 할 판에 인터넷에서 헤엄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스님들은 이 문제를 곧바로 모든 스님들이 참여해 토론하는 대중공사에 부쳤다.
일부 스님은 인터넷이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수련 중간중간 온라인을 떠도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스님들은 인터넷도 하나의 ‘세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이버 공간도 현실과 똑같은 ‘실체’라는 것이다.

종교계가 인터넷을 실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만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세워지는가 하면, 부처의 계율을 지킨다고 서약하는 수계를 PC통신에서 내리는 동호회도 나타났다.
대한성공회에선 인터넷을 통한 고해성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교리를 익히고 인터넷방송국을 통해 목사의 설교와 사찰의 법회를 중계하는 건 이젠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정도면 온라인을 통한 종교활동이 오프라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종교계도 인터넷이라는 큰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종교계에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 종교계가 인터넷을 이용하기 시작한 게 아주 최근 일은 아니다.
개신교쪽은 98년 9월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등이 주축이 돼 한국기독교인터넷TV방송국 www.c3tv.co.kr을 개국했다.
같은해 9월 천주교쪽도 온라인의 문을 열어젖혔다.
서울대교구가 공식사이트인 굿뉴스 www.catholic.or.kr를 만들며 인터넷에 천년왕국을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불교계에선 99년 조계종단이 데이콤과 함께 불교종합정보 사이트 달마넷 dharma.dharmanet.net을 열며 사이버 법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반 신자들은 이 사이트들이 신앙심을 높일 만한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종교계가 단지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게시판에 글을 몇자 올리는 정도였다.
그나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다.
교회나 사찰의 개혁을 요구하거나 문제를 고발하는 글은 올리자마자 삭제당하기 일쑤였다.
사이버문화연구실 www.cyberculture.re.kr 박수호(33) 선임연구원은 “대부분 사이트들이 선교와 포교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신앙체험을 원하는 신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종교계의 보수적 대응에 신도들은 조금씩 교단의 공식 사이트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2월 천주교 신자 한명이 문을 연 불쏘시개 www.spill.or.kr라는 사이트는 이런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평신도들은 이곳에 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며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수원교구의 한 사제가 천주교의 핵심 교리인 삼위일체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며 천주교단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기존 교단에선 입밖에 내지 못했던 이야기는 개신교와 불교쪽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봇물터지듯 쏟아진다.
뉴스앤조이 www.newsnjoy.co.kr는 개신교의 ‘오마이뉴스’를 표방하며 지난해 8월 문을 연 온라인신문이다.
평신도들이 기자로 활동하는 이 신문은 교회의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교회세습을 비롯해 다양한 고발성 기사를 싣고 있다.
설교 비평, 성서 재해석 등 기존 교회에선 감히 손도 못대는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불교계에서도 신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넷신문이 선을 보였다.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첫기사를 내보낸 불교정보센터 www.budgate.net는 사찰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판하고 종단의 개혁을 요구하는 등 편집에 성역을 두지 않고 있다.
온라인신문들이 기존 종교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을 건드리며 신성권력인 종교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성직자들, 부정적 시선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꼭꼭 눌려 있던 이야기들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면서 큰 파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이 그동안 폐쇄적이던 기존 종교계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림사랑 www.klmclove.net, 충사모 www.0688.co.kr 같은 ‘안티사이트’는 광림교회와 충현교회의 부자세습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안티스투 www.antistoo.net가 순복음교회의 <스포츠투데이> 지원을 널리 알리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35) 대표기자는 “교계와 기존 종교언론들의 유착으로 가려져 있던 교단의 문제점들이 인터넷의 확산으로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 언론이나 기업의 안티사이트처럼 절대권력이었던 교단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면서 권력 분산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교단의 성직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이 또하나의 종교개혁을 이끌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정적 효과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증거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가운데 건전한 비판보다 감정적 욕설이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되레 기존 종교계의 힘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대교구 전산실장 이재학 신부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간관계가 메말라가고 파편화하면서 종교가 더욱 힘을 발휘해 이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존 교단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옷을 조금씩 갈아입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늘 함께 생활하며 기도했던 초기교회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해 지금에 이르른 역사를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기존 교단이 지금처럼 안주하면 가뜩이나 교회와 사찰을 빠져나가는 젊은 신도들이 더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와 PC통신으로 수계를 내리는 모임이 등장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는 부정적, 불교는 “필연적인 인연” 사이버시대를 맞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는 노력에 전혀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의식이 기존 교리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 놓인 곳은 천주교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개신교와 달리 말씀이 아닌 성찬 중심의 미사로 의식을 치른다.
따라서 예수의 몸을 모시는 영성체는 인터넷을 통해 치를 수 없다.
우리신학연구소 www.wti.or.kr 박현준(39) 소장은 “신을 체험한다는 것은 단지 말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성찬이라는 의식과 성당이라는 공간, 사제와의 대면이라는 요소의 총체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인터넷만으로는 영적 체험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신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성찬보다는 ‘말씀’ 중심으로 의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루터가 종교개혁 때 들고나온 구호도 “의식에서 벗어나 예수의 말씀인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거였다.
개신교 관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예수의 말씀만 잘 전달한다면 교리에 어긋날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 예배가 활성화된다면 기존 교회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진다는 게 이들의 어쩔 수 없는 고민이다.
장충단교회 윤종훈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임재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을 통한 예배만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불교는 인터넷을 가장 부드럽게 끌어안고 있다.
조계종은 전국 24교구 본말사 주지스님의 연수 과정에 사이버 교육을 필수과정으로 채택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주지로 재임명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다.
불교의 이런 유연한 태도는 “온라인의 만남도 영겁의 업에 의해 필연적으로 생긴 인연”이라고 보는 시각 때문이다.
불교 교리의 핵심인 삼법인 가운데 하나인 ‘제행무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불교의 특성도 인터넷을 받아들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깨달음만 얻으면 된다는 것이다.
한마음선원 혜등 스님은 “근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법회가 교리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르면 종교계도 인터넷이 대세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신도들의 사이트는 물론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수용하려는 일부 교단의 움직임도 이런 흐름의 한부분이라고 분석한다.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39) 연구위원장은 “사이버 공간이 갖는 개방성과 종교가 갖는 폐쇄성의 조화 여부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종교활동은 더 빨리 올 수도, 더 늦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이 종교계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거스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형태의 영적체험 등장할 것"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
그동안 인터넷과 종교의 관계를 연구해온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45) 교수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형태의 영적 체험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신자들이 찬송가나 찬불가를 함께 부르며 느끼는 전율 같은 것은 사라질 거라는 얘기다.
종교계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공식 입장이 있다면. 아직까지 종교계 주류는 인터넷을 선교나 포교를 위한 하나의 미디어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주로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청소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다수의 종교 사이트들이 청소년 코너를 따로 두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넷으로 선교를 한다면 소규모 종교집단이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 선교를 통해 기존 대형 종교집단을 넘어설 수 있을까.
=가능하다.
대표적인 집단이 라엘리안이다.
이들은 우주인이 지구의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 종교집단이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아주 활발히 활동하며 전세계에 걸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온라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교적 특수한 경우다.
최근 흐름을 보면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종교집단이 온라인에서도 성공한다.
아직까지는 온라인만으로 자급자족하는 수준은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칠 가능성은 없는가.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든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은 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를 타면 들끓는 인터넷의 특성상 순간적 인기는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이비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네티즌의 수준이 그렇게 낮지는 않다.
인터넷 예배나 법회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종교계와 신앙인들에게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온라인 예배나 법회가 일반화된다면 지금까지 느꼈던 종교적 감수성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신자들이 찬송나 찬불가를 함께 부르면서 느끼는 전율 같은 것은 분명 사라질 것이다.
그 대신 새로운 형태의 영적체험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게 어떤 것이라고 장담은 못한다.
또한 종교가 개인의 도덕적 행동을 제어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서양의 경우 이미 종교가 개인화되고 있다.
서양의 젠센터(서구식 사찰)에서는 특정 시간에 다 함께 모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원하는 시간에 와서 개인적으로 참선하다 돌아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공동체라는 개념이 점차 희박해질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종교의 바람직한 대응은. 요즘처럼 인터넷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는 인터넷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엽기·자살·폭탄 사이트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개인이 사이버 공간과 현실세계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개인의 정체성을 일깨워준다.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면 인터넷으로 인한 문제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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