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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릴라 미디어' 인디웹진의 위기?
[문화] '게릴라 미디어' 인디웹진의 위기?
  • 오철우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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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없는 기계류에 진실을 담는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외면되는 진실을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전달에만 만족할 것이다.
판단하려고 건방떨지 않는다.
판단은 네티즌의 몫이다.

‘작지만 진실한 이야기’를 표방한 웹진 ‘리얼페이퍼’www.realpaper.co.kr가 지난 4월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리얼페이퍼는 장애인·노인·탈북자·재야활동가 등 기존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동영상 다큐멘터리로 전하면서, 네티즌 사이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병약한 노인으로만 비쳐지던 전직 프로레슬러 김일씨의 소망, 인권에 눈떠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 소외된 노인들의 성 문제 등을 취재하며 감춰진 ‘진실’을 전했다.
문정동 개미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찍은 영상물을 통해 우리네 삶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둘 일깨우기도 했다.
이곳에서 처음 소개된 뒤 사연이 알려져 오프라인 방송매체에 출연하게 된 사람도 생겨났다.
리얼페이퍼는 그런 반향들을 조금씩 키워갔다.
진실된 목소리를 찾아오는 독자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발행인 전훈철(28)씨는 “우리 사이트를 떠들썩하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독자들이 조금씩 늘었다.
음식과 취재물품을 들고 직접 찾아와 성원해주는 독자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던 리얼페이퍼가 창간 두달여 만에 위기에 처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출신들이 중심이 돼 그동안 거의 무보수로 활동해온 리얼페이퍼 제작팀은 ‘돈’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최근엔 설상가상으로 편집장이 개인사정 때문에 제작팀을 떠나기도 했다.
논란 끝에 결국 리얼페이퍼 사이트의 몸집을 줄여 최소 규모로 운영해나가기로 했다.
방송광고 조감독 출신인 전씨는 “우리 시대 진실이 담긴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제작팀 모두의 소망”이라며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결코 폐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자각과 모델이 필요한 때” 대안미디어로 주목받던 인터넷의 사회비평 웹진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딴지일보’의 성공 이후, 기성 언론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사회비판적 웹진들이 지난해 말부터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주기적으로 활발하게 새로운 비평을 올리는 웹진들은 ‘더럽’ ‘대자보’ ‘망치일보’ 등 한손에 꼽을 정도다.
웹진 1세대의 대표격인 문화웹진 ‘스키조’가 발행을 잠정중단한 상태이며, 한때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온라인뉴스’가 문을 닫았고, 시사비평 웹진 ‘제이비에스’ ‘토로’ 등이 폐간하거나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무수한 패러디 사이트들도 상당수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살아남은 웹진들도 대거 등장한 상업적 뉴스 사이트의 화려함에 가려 네티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6월 초 창간 한돌을 맞은 ‘더럽’지 www.therob.co.kr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동국합섬 노동자 정희양씨의 산업재해 사건’을 독점취재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등 나름대로 대안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더럽’지 역시 최근 축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편집장 민명기(30)씨는 “독자들 성원이 너무나 커 폐간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웹진들이 명실상부하게 대안미디어로 자라나려면 다시금 새로운 자각과 운영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요즘 웹진들 사이에선 ‘웹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논의가 무성하다.
두달여간 발행중단의 진통을 겪은 뒤 최근 의욕적으로 새출발한 시사비평 웹진 ‘대자보’ jabo.co.kr의 발행인 이창은(38)씨는 “기성 언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안미디어를 표방하는 웹진들이 연대해 인터넷 매체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런 논의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자보는 앞으로 다른 웹진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식의 활동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폐간된 ‘온라인뉴스’의 전 편집장 최진순(31·대한매일뉴스넷 기획팀장)씨도 “인터넷 기업의 거품이 빠지듯이 지금은 웹진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시기”라며 “사이트 이기주의를 벗어나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전문 웹진들이 대안미디어의 틀에서 뭉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예전에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통신논객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의 창간 100일 기념 세미나에서 ‘인터넷 대안미디어의 가능성’이란 주제로 발표한 사이버문화연구실장 민경배(34·대학강사)씨는 “대안미디어가 온라인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 온라인 웹진들이 오프라인과 협력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비평 웹진들이 연대해 오프라인 매체를 내는 식으로 대안미디어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도 가능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실의 부조리한 권력을 허무는 새로운 대안미디어로 주목을 받았던 웹진들에게 ‘제2의 르네상스’가 찾아올 것인가.
한국 인디웹진 걸어온 길
'보테저널'에서 '오마이뉴스'까지 다양한 대안 실험
인터넷이 지금처럼 널리 퍼지기 전, 피시통신 게시판에선 날마다 성대한 말잔치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화려한 글솜씨와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통신논객’들이 태어났다.
이들의 한마디가 네티즌 사이에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피시통신은 중요한 여론공간으로 급부상했다.
피시통신 게시판에 처음 등장한 정기간행물이 ‘보테저널’이다.
당시 통신공간에서 개인이 정기간행물을 발행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개성있는 언어와 감각적 논평으로 네티즌을 사로잡으며 대안언론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보테저널은, 열성독자들이 사이버 기자를 자청해 글을 기고하는 등 요즘 인터넷 언론의 운영방식을 최초로 선보였다.
하지만 보테저널은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인터넷 물결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터넷은 ‘딴지일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기상천외한 패러디와 삐딱한 딴지걸기, 그리고 독설의 언어를 앞세운 딴지일보는 네티즌에게 현실 권력과 금기에 대한 도발과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 대안미디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패러디를 통한 비판과 풍자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성을 심어줄 수 없었다.
독설과 야유로 자극받은 비판정신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쾌락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소진되고 말았다.
딴지일보는 비판적 정론지로 나아가지 못한 채 대중문화로 편입되는 길을 걷게 된다.
딴지일보의 성공은 인터넷에 ‘패러디 미디어’를 유행시켰다.
피시통신 게시판을 주름잡던 논객들이 대거 인터넷으로 진출해 저마다 독특한 사이트를 선보였다.
‘망치일보’ ‘대자보’ ‘더럽’지 ‘온라인 뉴스’ 등이 잇따라 창간되면서 사이버 공간은 가히 인터넷 대안미디어의 백가쟁명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영세한 자금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부분 단명하고 말았다.
별다른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몇몇의 헌신적 노력만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계였다.
화려하지만 았던 패러디 미디어의 시대가 막을 내릴 즈음 사이버 공간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오마이뉴스’ ‘세이 월드’ ‘데일리 클릭’ ‘뉴스 보이’ 등 인터넷 일간지를 꿈꾸는 정기간행물들이 대거 출현한 것이다.
피시통신 시절의 1세대 독립미디어, 패러디를 앞세운 2세대 독립미디어에 이은 3세대 독립미디어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은 자체 취재진과 사이버 기자제도를 운영하면서 독자적 취재·보도 기능을 담당하는 전업형 언론으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대안미디어라 할 수 있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실장·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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