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사에 뒤지고 있는 게 PDA용 운영체제 윈도우CE다.
윈도우CE가 비록 뒤늦게 시작한 비즈니스이긴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로선 1등을 못한다는 게 영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윈도우CE 3.0(정식 명칭 Pocket PC)은 과연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팜컴퓨팅의 팜OS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포켓피시는 인터넷 서핑과 동화상 연출, MP3 미디어 청취 등 요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훨씬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팜컴퓨팅 때문에 상처입은 명예를 마침내 회복할 기회가 왔다고 벼르고 있다.
최근 일본의 시장조사기관 닛케이마켓액세스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PDA 생산량은 지난해 605만4천대를 기록했다.
98년보다 두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1069만2천대로 지난해보다 76.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 출하량도 벌써 지난해보다 64.2% 증가한 191만1천대를 기록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PDA 시장을 키운 견인차는 팜OS 기종이다.
지난해 325만2천대가 생산돼 대수별 점유율에서 53.7%를 차지했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먹어치운 것이다.
윈도우CE 탑재 제품은 172만5천대로 28.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팜OS의 절반에 불과하다.
멀티 기능 향상, 소스도 일부 공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상황을 깨기 위해 윈도우CE 3.0이라는 비밀병기를 들고 반격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칼을 빼들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은, 이번에 지극히 이례적으로 소스코드 일부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업체들이 하드웨어 디자인 구조를 마음대로 바꿔 사용편이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스코드 공개는 리눅스처럼 공개로 전환해 불리한 시장판도를 바꿔보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승부수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년 전, 각종 정보기기에 쓸 운영체제 시장의 석권을 노리고 윈도우CE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팜OS의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비효율적인 인터페이스와 잦은 시스템 정지, 높은 가격에 비하면 낮은 성능, 애플리케이션의 부족 등 여러가지가 소비자의 시선을 빼앗는 데 실패했다.
세계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조차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팜OS는 80%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CE OEM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진 대리는 “CE 3.0은 ‘컴포넌트’ 소프트웨어 형태로 돼 있어 개발자가 레고블록처럼 필요한 모듈만 선택해서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조립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체제”라고 자랑한다.
윈도우CE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뛰어나다.
녹음과 재생이 가능하고, 동영상과 MP3 재생 기능도 지원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화려한 컬러와 깨끗한 음향을 통해 실감나게 구현한다.
텍스트 기반인 팜OS가 갖지 못한 윈도우CE만의 장점이다.
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가 포함돼 있어 인터넷 기능도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윈도우CE는 실행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다가 화면을 태핑(화면을 스타일러스로 두드리는 것)하면 수초간 모래시계를 봐야만 하는 불편이 따른다.
PDA가 원하는 정보를 즉시 보여주는 신속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 것임을 감안하면 큰 약점이다.
OS와 하드웨어를 같이 파는 팜의 한계 어떤 IT 플랫폼이 눈여겨볼 만한 대상인지를 재보는 잣대는 사용자 수다.
96년 팜컴퓨팅이 개발한 팜OS는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마니아 사용자와 개발자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5천여종 이상의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이 인터넷과 피시통신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고 있다.
운영체제 자체도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돼 비교적 안정돼 있다.
텍스트 기반으로 제작돼 실행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멀티미디어 기능이 약한 게 흠이다.
팜OS를 개발한 팜컴퓨팅은 최근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업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질책을 듣고 있다.
운영체제와 함께 직접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팜OS 시리즈를 국내에 공급하는 세스컴의 장용대 부장은 “팜컴퓨팅은 하드웨어의 핵심기술과 운영체제 개발에 전념하고,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더 많이 허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팜OS는 값싼 라이선스로 배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팜OS를 이용해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핸드스프링의 바이저(Visor), IBM의 워크패드(WorkPad), 티알지(TRG)의 티알지 프로(TRG Pro), 리서치인모션(RIM)의 RIM 957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에 소니가 팜OS를 라이선스했고, 휴대전화와 접목한 스마트폰 피디큐를 공급하던 퀄컴은 사업을 중단했다.
토종 운영체제 셀빅의 고군분투 지난 98년 말,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국산 PDA가 등장했다.
제이텔에서 만든 셀빅이 그것이다.
제이텔은 지난 93년 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정보가전, 정보단말기에 사용하려고 제휴한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드래곤 볼’(Dragon Ball)을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들이 만든 회사.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셀빅OS를 탑재한 셀빅은 저가이면서 경쟁모델인 팜컴퓨터와 거의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고 있다.
적외선을 통한 오토싱크 기능과 이동통신 회사를 통한 ISP 접속 세팅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셀빅OS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TCP/IP 스택을 내장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며, 국산인 만큼 한글 표시나 문자 인식 기능이 뛰어나다.
한글 인식은 별도의 소프트웨어없이 바로 이뤄지며, 인터페이스도 완벽하게 한글화돼 있어 다른 PDA에 비해 국내 사용자에게 친숙하다.
필기체 입력 또한 별도 학습이 필요없이 한글 고유의 필기방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편하다.
애플리케이션은 제이텔과 마니아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데, 연령이 짧은 탓에 그다지 다양하지는 않다.
셀빅 애플리케이션의 특징은 인터넷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주식시세를 조회하고 직접 주문도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날씨, 원자시계, 전화번호 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영한·한영 사전도 인기를 끈다.
라이선스 부담없는 임베디드 리눅스 인기 최근 강력한 PDA 운영체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임베디드 리눅스’다.
소형 전자기기에 칩 형태로 내장하는 것을 임베디드라고 하는데, 이때 리눅스를 적용하면 임베디드 리눅스다.
임베디드 분야에서 윈도우CE가 리눅스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값비싼 운영체제를 넣을 수 없을 경우 리눅스가 최적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리눅스는 소형 제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데, ELKS, 마이크로C리눅스 등 슬림화한 리눅스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메이트, 에바트티앤씨, 다산인터네트, 에이치엔티 등 10여개 업체가 리눅스 기반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경쟁의 틈새에서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자바도 선전하고 있다.
썬은 자바를 포스트PC 시대의 주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모토로라, 애플, 세가, 소니, AT&T 등 세계적 IT업체들이 자바를 지원하는 PDA를 만들겠다고 잇따라 밝히고 있어 썬의 세력 확장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치엔티가 SK텔레콤, 아로마소프트와 함께 이동전화 겸용 PDA를 자바 기반으로 개발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윈도우CE 요구는 많고 로열티는 높다 국내에서는 PDA 운영체제 시장의 축이 윈도우CE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대부분의 장비들이 윈도우CE를 기본 운영체제로 채택하고 있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윈도우CE에 기반한 제품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엠플러스텍 박지원 기획실장은 “PDA의 최대 소비층은 30대 비즈니스맨과 학생층으로, 그들을 유혹할 수 있는 길은 멀티미디어 기능의 탑재”라며, “윈도우CE만이 그것을 만족시켜준다”고 말한다.
윈도우CE는 ‘윈도우’라는 말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페이스나 용어가 기존 윈도우OS와 흡사하다.
이는 PC 사용자가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 일관된 사용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뒤따른다.
물론 PC와 달리 윈도우CE는 통신, 오락, 이동컴퓨팅, 개인정보관리 전용 장비로 설계된 것이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윈도우CE에 부정적인 개발업체도 있다.
에이치엔티의 이희철 기획이사는 “윈도우CE는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한다.
“소스를 공개하려면 커널을 열어줘야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조처는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윈도우CE가 실행 속도가 느리고, 메모리와 CPU 요구조건도 너무 많은데다, 로열티 수준도 높아 결국 사용자에게 비용을 떠넘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윈도우CE 반대론자들이 드는 또다른 단골근거는 윈도우CE의 한글화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은 덜 하지만, 개발업체 대부분이 벤처기업이라 한글화에 드는 시간과 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LG전자가 핸드헬드PC인 ‘모빌리안’을 포기한 이유가 바로 한글화에 과다한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윈도우CE 장비의 한글화는 영문 운영체제에 한글을 얹는 방식으로 장비 생산업체가 알아서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김형진 대리는 “현재 윈도우CE를 기반으로 정보가전과 PDA를 만들겠다고 밝힌 업체만 100여개”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요구하는 라이선스 비용은 결코 높지 않다”고 말한다.
운영체제의 한글화 시기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윈도우CE는 유니코드 기반이라 2바이트권의 현지화 작업이 그리 어렵지 않다”며 “한글화는 시장 활성화 여부를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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