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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감추지 않고 품어 주는 겁니다 - 내장산(內藏山)
[여행] 감추지 않고 품어 주는 겁니다 - 내장산(內藏山)
  • 황규철 자유기고가
  • 승인 2020.11.02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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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황규철] 감춘다는 건, 뭔가 떳떳하지 못한 뭔가를 남의 눈을 피해 안에 숨긴다는 느낌이 들지만,

가슴으로 품는다는 건 두 팔을 내밀어 안아준다는 느낌이어서 왠지 마음이 따듯해져 오지요.

우리 몸 속 내장(內臟)아닌, 안으로 품어주는 내장(內藏), ()이랍니다.

빛과 그리고 그림자의 예술. 내장산 전경
빛과 그리고 그림자의 예술. 내장산 전경

단풍나무의 단풍이 제일 예쁜 내장산 품 안의 내장사는 마치 부채의 꼭지점 지점에 위치해 있고

여덟개 부챗살 끝에 위치해 있는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 이런 여덟 봉우리가 포근하게 감싸는 아름다운 절()입니다.

 

내장산은 안으로 품을 것 즉, 조선왕조실록이나 태조 어전, 그리고 산을 찾는 사람들을 기꺼이 품에 안아 줄뿐만 아니라(內包), 여덟 봉우리 밖의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을 넓게 받아들이는, 외연(外延)까지 구현하는 그런 산 아닐까?

이리 생각하면서 다섯 시간을 걸었습니다.

부도와 탑비가 많다는 건 유명한 절이라는 걸 말없이 보여주는 징표이지요
부도와 탑비가 많다는 건 유명한 절이라는 걸 말없이 보여주는 징표이지요

조선왕조실록은 사본으로 총4부를 간행하여 전국 주요 지역 즉, 춘추관, 성주, 충주, 전주 등 네 군데 사고에 보관하여 유사시에 대비하였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를 제외한 춘추관, 성주, 충주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들은 전란으로 모두 불타고 오직 전주사고의 실록만 유일하게 보존되어 될 수 있었는데, 정읍에 살던 선비 안의, 손홍록 등이 내장산 깊숙한 동굴에 옮겨 지켜낸 결과라 합니다.

실록과 태조 어전을 숨겨두었던 용굴암
실록과 태조 어전을 숨겨두었던 용굴암

오늘은 내장사를 거쳐 신선봉을 지나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을 한바퀴 돌아오는 그런 트레킹을 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허락하면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 등 내장산 팔봉 종주코스, 14키로, 일곱시간 걸어볼까 합니다.

단풍나무의 단풍이 이토록 이쁠줄은 예정에 미쳐 몰랐어요
단풍나무의 단풍이 이토록 이쁠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어요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약 2.6키로는 왼편, 오른편으로 수많은 단풍나무들이 뒤덮고 있으나, 내장사를 아우르는 주변 단풍나무는 11월초 되어야 본연의 붉은색 단풍잔치를 펼치게 됩니다.

단풍나무 단풍과 색색깔의 사람단풍을 만끽하려면 11월 첫 주말이 최고의 날 아닐까 생각합니다.

10월 셋째 주인데 내장사를 포근하게 감싸는 여덟 봉우리는 이미 노랑, 주황, 주홍, 빨강 빛으로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게 휘황찬란합니다.

오늘 내장산은 단풍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파아란 하늘과 하아얀 구름을 외연하면서 좀 있다 오게 될 빠알간 단풍축제를 예고합니다.

단풍이라함은 빨강만 아니라 초록, 주홍, 주황, 노랑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단풍이라 할 수 있지요
단풍이라함은 빨강만 아니라 초록, 주홍, 주황, 노랑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 단풍이라 할 수 있지요

내장산 팔봉위로는 온통 하늘과 구름의 향연입니다.

파란 하늘만으로는 완벽할 순 없어요.

뭉게구름이 어우러져야 제대로 이겠지요.

오늘 하늘은 뭉게구름과 더불어 가울향연을 눈부시게 펼칩니다.
오늘 하늘은 뭉게구름과 더불어 가울향연을 눈부시게 펼칩니다.

겨울 날씨의 전조를 보여준 오늘이지만, 아직 생명을 거두지 않은 가을 마지막 꽃들은 처연하지만, 당당한 자태 잃지 않습니다.

쑥부쟁이, 구절초, 꽃 향유 거의 한 그루만 산능선 길에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늦가을 쑥부쟁이가 무척 아릅답습니다
늦가을 쑥부쟁이가 무척 아릅답습니다

긴 하루 보람찬 산행을 끝내고 막걸리가 빠지면 섭섭하겠지요.

이제 정읍 먹걸리를 마시러 정읍시내로 갑니다.

정읍엔 면 단위 유명한 막걸리를 다양한 전과 함께 손님들께 내 놓는 맛집이 있어요. ‘이가네 전집’ (063-0531-9242)

정읍 향토 막걸리들의 자태. 전도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정읍 향토 막걸리들의 자태. 전도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대표적인 정읍 향토 막걸리로는 밀 함유량이 적고 누룩 많이 들어간 것(정읍 북면 막걸리), 밀 함유량이 아주 많은 것(정읍 정우면 막걸리), 쌀과 밀을 적정하게 혼합한 것(정읍 입암면 막걸리), 순수하게 쌀로만 만든 것(정읍 산내면 막걸리).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읍막걸리는 당연 정읍 태인면 송경섭막걸리이지요.

현재시간 저녁 6. 저녁 6:58분 정읍발, 용산행 KTX 놓치지 않으면서 이 녀석들 맛보려 애를 참 많이 썼습니다.택시는 주인 아주머니가 가게 밖에 대기시켜 놓았네요.

사장님 말씀으로는 네가지 막걸리마다 나름의 색다른 맛이 있다고 하네요. 저는 저 나름의 우선순위는 정했습니다.

40분만의 쾌속 막걸리 시음을 끝내고 (기차시간 초읽기 하면서 막걸리 마시는 거이거 은근히 스릴 있습니다.) 마시다 남은 막걸리와 전은 배낭에 매고 용산행 KTX를 무사히 타고 나니 머릿속은 이미 신세계로 진입하였습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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